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마음의 양식/시2

[거짓말], 김소연 거짓말인파를 가르며 장님이 지나갔지 착하지 않은 사람들이 잠시 착해질 수 있도록 호주머니에서 귀찮은 소리를 내는 동전 몇 개를 소쿠리에 넣어주면 착한 사람이 완성되었지 1940년대까지는 파랑색이 여성적인 색이었고 분홍색이 남성적인 색이었대 여성적인 얘기 하나, 이웃나라 대지진이 뉴스에서 보도되었고 나는 눈물을 흘렸고 친구는 나에게 인류애가 있다고 말해주었어 만약 피노키오가 지금 내 코가 커질 거야 라고 말한다면 코는 어떻게 될까 크레타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쟁이니까 크레타 사람만이 그 답을 알지 남성적인 얘기 하나, 손에 무기가 없다는 안심을 시키기 위하여 인류는 최초로 악수를 발명했대 착하다며 엄마가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마다 내 심장엔 불이 켜졌더랬다 거짓말을 하던 순간에도 껌을 씹으면 위장은 소화를 .. 2023. 9. 30.
[여행자], 김소연 여행자 아무도 살지 않던 땅으로 간 사람이 있었다 살 수 없는 장소에서도 살 수 있게 된 사람이 있었다 집을 짓고 창을 내고 비둘기를 키우던 사람이 있었다 그 창문으로 나는 지금 바깥을 내다본다 이토록 난해한 지형을 가장 쉽게 이해한 사람이 가장 오래 서 있었을 자리에 서서 우주 어딘가 사람이 살 수 없는 별에서 시를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축을 도살하고 고기를 굽는 생활처럼 태연하게 잘 지냅니까, 고맙습니다, 안녕히 가세요, 할 줄 아는 말이 거의 없는 낯선 땅에서 내가 느낄 수 있는 건 잠깐의 반가움과 오랜 두려움뿐이다 두려움에 집중하다 보면 지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배하고 싶었던 사람이 실은 자신의 피폐를 통역하려 했다는 것을 파리처럼 기웃거리는 낙관을 내쫓으면서 나는 알게 된다 아파요, 살.. 2023. 9. 15.